유럽을 처음 여행한다면 음식 선택이 가장 설레면서도 어렵습니다. 스페인은 지역별 전통이 살아 있는 미식의 나라로, 대표 메뉴만 알아도 실패 없는 한 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초보 여행자도 쉽게 맛보고 주문할 수 있는 빠에야, 추로스, 가스파초를 중심으로, 현지 활용 팁과 주문 요령, 예산 감각까지 정리해봤습니다!
빠에야 – 발렌시아에서 시작된 황금빛 쌀요리의 정석
빠에야는 발렌시아 지방에서 농부와 어부가 주변 재료를 모아 커다란 얕은 팬(파에예라)에서 지은 공동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쌀에 사프란을 더해 고소하고 은은한 향을 입히고, 해산물·가금류·채소를 조합해 풍미를 올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초보 여행자라면 마리네라(해산물), 발렌시아나(닭·토끼·콩), 믹스타(해산물+고기) 중에서 취향대로 고르면 됩니다. 주문 팁으로, 많은 식당이 최소 2인분부터 조리하고 20~30분의 조리 시간을 요구하니 점심 시간대(대략 13:00~15:00)에 맞춰 여유 있게 방문하세요. 혼행이라면 ‘라시오(1인분) 가능’ 표기가 있는 바르셀로나 관광지 주변, 마드리드 중심부의 캐주얼 레스토랑을 노리면 수월합니다. 맛 포인트는 팬 바닥에 생기는 소까랏(Socarrat). 바삭한 누룽지 같은 식감과 응축된 감칠맛이 빠에야의 하이라이트이므로, 서빙된 뒤 바닥까지 골고루 떠 먹어 보세요. 레몬을 살짝 짜서 상큼함을 더하면 느끼함 없이 끝까지 깔끔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예산은 대개 1인 기준 15~25유로 선(관광지 프리미엄 고려)이며, 하우스 와인이나 상그리아 한 잔을 곁들이면 만족도가 커집니다. 사이드로는 올리브, 판 콘 토마테(토마토 바른 빵), 간단한 샐러드를 추천합니다. 과하게 관광객 입맛으로 달거나 색이 과장된 가짜 사프란 맛집은 피하고, 현지인 비중이 있는 식당을 고르는 것이 실패 확률을 낮춥니다. 예약이 가능하다면 테라스석보다 실내 좌석이 조리 직후 서빙을 받기 쉬운 장점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추로스 – 한입의 바삭함과 진한 초콜릿이 주는 달콤한 휴식
추로스는 밀가루 반죽을 별 모양 깍지로 길게 짜서 튀긴 뒤 설탕을 뿌려 먹는 스페인의 국민 간식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초콜라테 칼리엔테(걸쭉한 핫초콜릿)에 듬뿍 찍어 먹는 방식이 기본이며, 오전 커피 타임이나 오후 간식 시간(메리엔다)에 현지인들이 즐겨 찾습니다. 마드리드의 노포 ‘산 히네스’가 상징적이지만, 관광지 외 지역 카페·추레리아에서도 갓 튀겨낸 바삭함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초보 여행자는 추로스(얇고 바삭)와 포르라(굵고 속이 비어 더 쫄깃)의 차이를 알아두면 주문이 쉬워집니다. 가격은 1인 간식으로 3~6유로 선, 초콜릿을 추가하면 2~3유로 정도 더해집니다. 커피는 라떼에 해당하는 카페 콘 레체, 혹은 쓴맛이 강한 카페 솔로(에스프레소)와도 잘 어울립니다. 설탕은 미리 뿌려주기도 하지만, 테이블에 비치된 설탕을 취향껏 더해도 괜찮습니다. 아이 동반 여행이라면 초콜릿 한 잔을 두고 나눠 찍어 먹는 방식이 가격·양 모두 합리적입니다. 바삭함이 생명인 만큼, 대기 줄이 길어도 회전이 빠른 집을 고르면 신선한 기름과 뜨끈한 온도를 보장받기 쉽습니다. 남는 양은 포장 가능하지만, 식으면 맛이 확 줄어들기에 즉석에서 먹는 것을 권합니다. 느끼함이 걱정된다면 설탕을 반만 뿌리고, 시나몬 파우더가 있는 곳에서는 살짝 더해 향을 잡아보세요. 아침을 가볍게 시작하고 싶은 날, 혹은 오후 일정 사이 당을 보충하며 잠깐 쉬고 싶을 때, 추로스는 가성비 좋고 만족도 높은 선택입니다.
가스파초 – 더운 날씨에 딱 맞는 안달루시아의 차가운 수프
가스파초는 안달루시아에서 유래한 차가운 토마토 수프로, 토마토·오이·피망·양파·마늘·올리브 오일·비네거와 빵 부스러기를 갈아 상큼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지친 몸을 단번에 식혀 주며, 가볍지만 영양 균형이 좋아 여행 중 속을 다스리기에 제격입니다. 전채로 자주 나오지만, 빵과 함께라면 간단한 한 끼로 충분합니다. 초보 여행자에게는 산미 밸런스와 질감이 낯설 수 있습니다. 좋은 가스파초는 토마토의 단맛과 비네거의 산미, 올리브 오일의 풍미가 고르게 어우러지고, 지나치게 묽지 않으면서도 목 넘김이 편안합니다. 고명으로 올리는 오이 다이스, 피망, 삶은 달걀, 크루통이 식감을 더해 지루함을 덜어 줍니다. 같은 계열로 살모레호(Salmorejo)가 있는데, 더 되직하고 크리미하며 빵 비율이 높습니다. 더 포만감을 원한다면 살모레호, 가볍고 청량한 맛을 원한다면 가스파초를 고르세요. 채식·라이트 식사를 선호하는 여행자에게 특히 적합하며, 대형 슈퍼에서 팩·병 제품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숙소에서 간편하게 즐기기 좋습니다. 냉장 보관 후 차갑게 마시면 풍미가 살아나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가볍게 둘러 마무리하면 풍미가 배가됩니다. 세비야·코르도바·말라가의 가정식 식당에서는 전통 레시피를, 현대적 비스트로에서는 허브·과일을 가미한 창의적 변주를 만날 수 있어 미각 경험 폭을 넓히기에도 이상적입니다. 더위에 지쳐 입맛이 떨어지는 날, 가스파초 한 그릇은 컨디션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가장 스페인다운 해답입니다.
빠에야·추로스·가스파초는 초보 여행자도 실패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페인의 핵심 미식 셋업입니다. 점심에 여유 있게 빠에야를, 이동 중에는 바삭한 추로스를, 더운 날엔 시원한 가스파초를 계획에 넣어 보세요. 주문 요령과 예산 감각만 익히면 어디서든 만족스러운 한 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혹시 스페인을 여행하게 된다면 일정표에 이 세 가지를 꼭 체크해 두고, 도시별 맛집을 탐색하며 스페인의 맛을 체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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